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차를 타고 기분 좋게 달리던 중, 갑자기 귀가 울릴 정도로 묵직한 소음이 들려오는 순간. 대체 무슨 일인가 싶지만, 그 원인은 단순하다. 자동차 뒷좌석 창문을 누군가가 살짝 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귀가 괴로워지는 걸까?
자동차 뒷좌석 창문을 열면 귀가 아픈 과학적 이유
이 감각은 헬름홀츠 공명(Helmholtz resonance)이라는 물리 현상 때문이다. 쉽게 말해, 차가 거대한 악기처럼 작동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뒷좌석 창문을 조금 내리고 주행하면, 자동차는 거대한 빈병처럼 변한다. 빈 병 위를 불면 소리가 나는 것처럼, 바람이 창문 틈으로 밀려 들어왔다가 다시 빠져나가기를 반복하며 진동이 생기는 원리다.
차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바람이 창문을 통해 안으로 빨려 들어오고, 차 안의 공기를 압축했다가 다시 밀어내고, 또 들어오고 나가기를 계속 반복한다. 이 압축과 팽창의 순환이 곧 압력파를 만들어, 우리의 고막을 두드린다.
그런데 빈병처럼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라, 주파수가 너무 낮아 인프라사운드(infrasound,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 범위보다 낮은 음)가 발생한다. 귀로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귀는 그 압력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그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순간적으로 130데시벨에 달할 수 있는데, 이는 콘서트장의 스피커나 도로 위의 대형 드릴보다 더 강한 소음이다. 그래서 귀가 찢어질 듯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앞좌석 창문을 열었을 때는 이런 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앞쪽은 공기 흐름이 훨씬 복잡하고 흐트러져서, 공명이 시작되기도 전에 흩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의 모양과 설계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차량은 연비 향상을 위해 공기역학적으로 매끈하게 설계되고, 내부도 예전보다 훨씬 밀폐력이 높다. 덕분에 소음 차단이나 에너지 효율은 좋아졌지만, 반대로 뒷좌석 창문을 하나만 열었을 때 공기가 빠져나갈 길이 없어져, 그 압력이 귀를 직접 때리게 되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창문을 여러 개 동시에 열면 된다. 특히, 열어둔 창과 마주 보는 반대쪽 창문을 같이 열면 압력이 분산된다. 아니면 애초에 뒷좌석 창문을 닫고 앞좌석 창만 살짝 열어도 된다. 귀찮다면 아예 창문 대신 에어컨을 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차 안에서 느끼는 이 묘한 압력과 귀의 고통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차가 거대한 악기처럼 공명하며 생겨나는 물리 현상 때문이다. 뒷좌석 창문 하나만 열었을 때 귀가 터질 듯 괴로운 이유도, 공기가 갇혀 압력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음번에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뒷좌석 창문을 혼자만 열지 말고 여러 창문을 함께 열어주자. 아니면 조용히 에어컨을 켜고 달리는 게 가장 속 편한 해결책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