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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이주한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1961년 4월 12일, 인류가 처음으로 우주에 발을 내딛었다. 구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사상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정말 사람이 우주로 나갈 수 있을까?”라고 의심하며, 텔레비전 화면을 숨죽여 지켜봤다. 하지만 그 한 번의 비행이,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우리는 달 착륙은 물론이고 우주정거장에서 연구하고, 심지어 화성 탐사까지 진지하게 논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꿈보다 해몽’에 가까울 것 같았던 게 바로 “인류의 화성 이주 계획”이다. 그런데 이 계획이 요즘에는 꽤나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이,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고 화성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를’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 중이라는 것이다.

 

그럼 화성은 정말 우리가 살 만한 곳일까?

 

 

어쨌든 태양계에서 ‘지구랑 제일 닮은’ 행성이라고들 하니, 타겟으로 삼는 건 일견 타당해 보이긴 한다. 화성과 지구 모두 ‘암석형 행성’이라 단단한 지면이 있고, 지구처럼 산과 협곡이 존재한다. 또 하루 길이도 지구(24시간)와 화성(24시간 37분)이 꽤 비슷해, “낮밤 바뀌는 거 적응 못 할까 봐” 하는 걱정은 조금 줄어든다. 게다가 화성의 자전축이 약 25도 기울어져 있어서, 사계절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점이 신기하다.

하지만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와, 당장 이주하자!”가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살펴보면, 지구와 다른 점도 엄청나게 많다. 가령 화성의 직경은 지구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고, 지하 자원도 풍부하지 않다. 대기 구성은 더 극적이다. 지구가 질소 78%, 산소 21%인 데 비해, 화성은 95%가 이산화탄소다. 그 말은 곧, 산소 마스크 없인 밖에 나갈 수 없다는 소리다. 또 표면 온도가 여름에도 영하 60도, 겨울엔 영하 120도까지 떨어진다니, 우리가 아는 ‘겨울’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력도 지구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어, 몸이 가벼워져서 좋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만큼 뼈가 약해지고 근육이 위축될 수 있다. 게다가 화성엔 지구처럼 강력한 자기장이 없어서, 우주의 자외선을 그대로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저런 것들을 종합하면, “화성에서 맨몸으로 산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고, 적어도 초창기엔 돔 형태의 거주 시설이나 지하 셸터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그렇게라도 살아간다고 쳐보자.

 

만약 인류가 실제로 화성에 이주해 오랜 세월을 보내면, 우리 몸은 어떻게 변할까?

 

이 질문에 대해 라이스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스콧 솔로몬 교수가 흥미로운 주장을 펼쳤다. 화성 생활은 불과 몇 세대 만에 인간의 ‘외모’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종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쯤 되면 ‘신기하다’는 말을 넘어 조금 섬뜩하기도 하다.

솔로몬 교수는 구체적으로 다섯 가지 변화를 꼽는다.

첫째, 뼈가 약해진다.

중력이 3분의 1이니, 뼈에 가해지는 하중이 줄어 골다공증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화성에선 식량조차 풍족하지 않을 수 있으니, 전체적으로 몸집이 더 깡마른 형태로 변할 거라고 추정한다.

둘째, 시력이 나빠진다.

돔 안이나 지하에서 생활하며 먼 곳을 볼 일이 거의 없어지고, 밝은 광원을 자주 접하지 못하니, 시야가 점점 좁아진다는 말이다. 거기에 화성 특유의 모래폭풍이 시야를 가로막기까지 하니, 시력 저하가 가속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시각 대신 다른 감각(촉각, 후각 등)이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흥미롭다.

셋째, 피부색이 짙어진다.

화성 표면에 쏟아지는 자외선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도 일사량이 많은 지역일수록 피부가 검게 진화해 온 사례를 생각하면, 화성에서 바깥 활동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이상, 인류가 화성 환경에 맞게 멜라닌 색소를 더 많이 분비하도록 변화할 거라는 설명이다.

넷째, 저산소 환경에 적응한다.

티베트 고원에 사는 사람들처럼,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오랫동안 살면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성 대기가 대부분 이산화탄소인 걸 고려하면, 산소를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쪽으로 우리 몸이 바뀔 것 같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면역계가 크게 약해질 수 있다.

화성엔 아직까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정말 무균 상태라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싸울 상대가 없네?” 하고 점점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스콧 솔로몬 교수는 세대가 반복되면, 면역계가 아예 소멸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다섯 가지 변화를 모두 겪고 나면, 솔로몬 교수는 “그들은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 마르시아누스(Homo martianus)가 될 것”이라 말한다. 이름부터 ‘마션(Martian)’, 즉 ‘화성인’이라는 뜻이 들어 있으니, 지구인과는 확실히 다른 종이 되었다는 상징성이 느껴진다. 뼈대나 피부색, 심지어 유전자까지 달라지고, 면역계가 약해진 상태이므로 지구인과 성적 교류(?)를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한다. 만약 무균 환경에서 태어난 화성인이 지구인의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에 노출된다면, 엄청난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지구인과 화성인”이 갈라서게 되는 미래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이나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가, 실제로 과학자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물론 당장 내일모레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건 아니고, 먼 미래의 가능성일 테지만, 인간이 화성에 실제로 정착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게 세대에 걸쳐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전혀 다른 종으로 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어쩌면 아주 먼 훗날, 지구에서 날아온 탐사선이 화성인을 만나고, “너네는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니?”라고 묻는 시나리오도 완전히 SF만은 아닐지 모른다. 우리가 그때까지 살아 있진 않겠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가능성으로 바꿔주는 게 과학의 힘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어쨌든, 화성 이주가 정말로 이루어지고, 몇 세대가 지난 후에 사람들의 외모가 어떻게 바뀔지 과연 그때의 ‘호모 마르시아누스’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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