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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 불 테리어가 무서운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 SNS에 올라온 한 영상 속에는 어린아이가 손에 들고 있던 페트병으로 자기 키만 한 회색빛 개의 머리를 마구 때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아래 영상을 봤다면 아마  “아니, 저 아이는 왜 저런 나쁜 짓을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곧 개가 달려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아이가 두들겨대고 있던 개의 ‘견종’이다.

페트병 세례를 그대로 맞고 있던 이 개는, 영어로 ‘아메리칸 핏 불 테리어(American Pit Bull Terrier)’, 흔히 ‘핏 불 테리어’로 불리는 견종이다. 이 개의 ‘공격성’과 ‘투쟁심’은 워낙 잘 알려져 있다. 외국 여러 나라에서 이 개를 ‘위험하고 사나운 견종’으로 지정해 소유 자체를 금지할 정도다. 심지어 “한 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아 상대가 죽을 때까지 문다”는 말까지 나돈다.

 

 

그런데 정말 ‘핏 불 테리어’는 정말 무서울까?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반려인이 이 근육질 견종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분명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개가 대체 왜, 어떻게 탄생했고, 무엇 때문에 이 견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알아보려 한다.

 

투견장에 서기 위해 만들어진 핏 불 테리어

 

아메리칸 핏 불 테리어

 

먼저 핏 불의 유래를 살펴보자. 역사적으로 ‘핏 불 테리어’는 ‘투견’을 목적으로 개량된 견종이다. 원래 투견용으로 들여온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를 바탕으로, 다른 사나운 견종과 계속 교배하면서 근육질 몸체와 강력한 턱 힘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아메리칸 핏 불 테리어’뿐 아니라,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나 ‘아메리칸 불리’ 같은 견종들도 비슷한 과정으로 탄생해 ‘핏 불 타입’이라는 이름으로 묶인다.

이렇듯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배경만 봐도, 피트불이 얼마나 강인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근육과 골격이 단단해 덩치가 훨씬 크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턱부터 목까지가 엄청나게 발달해 있어, 한 번 문 상대를 놓지 않는 강력한 물리적 힘이 특징이다. 물론 모든 개체가 ‘공격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싸움에 특화되도록 개량된 견종인 만큼 전투태세로 돌입하는 속도가 빠르고, 실제로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크게 다치게 하는 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핏 불의 사고 기록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2000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1979년부터 1998년 사이에 미국 내에서 치명상을 입힌 ‘개 물림 사고’가 총 238건 확인되었는데, 그 중 67%가 핏 불 타입과 로트와일러였다고 한다. 연구진도 “사망 사건에 견종 특유의 문제가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또 미국 아칸소 의과대학(UAMS)에서 2016년에 발표한 자료는 더 구체적이다. 애틀랜타 인근 의료 시설에서 4년간 접수된 개 물림 사고 1616건을 분석했는데, 이 중 ‘피트불 타입’ 개에게 물린 경우 여러 부위를 동시다발적으로 물릴 가능성이 2.5배나 높았고, 아이들이 크게 다쳐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된 확률도 다른 개에게 물린 경우의 3배에 달했다.

이후로도 기사를 살펴보면, 피트불이 얽힌 끔찍한 사고가 때때로 전해진다. 2021년 오클라호마주에서는 네 살배기 남자아이의 팔이 피트불에게 물려 심각하게 손상됐고, 2022년 뉴욕주에서는 70세 여성이 피트불에게 얼굴과 사지를 물어뜯겨 한동안 ‘먹히고 있었다’는 믿기 힘든 소식마저 전해졌다. 이처럼 핏 불은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미국 일부 시·군이나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는 법으로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위험해도 귀여우니까… 반전 매력에 빠진 사람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위험한 정보가 널리 퍼져 있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핏 불을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그 이유로는 먼저 “생긴 게 워낙 매력적이다”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믿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피트불 특유의 단단한 근육질 몸체와 당당한 체구, 거기에다 순박해 보이기도 하는 눈매에 반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아기같이 생긴 표정을 지은 피트불 사진이 넘쳐나며, ‘피트불 귀여움 폭발’ 같은 영상이 쏟아진다.

또한 원래 지닌 강인함과 충성심으로 인해, ‘번견’으로 훌륭히 활약할 거라 기대하는 반려인도 많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견종” 중 하나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힘이 좋으니, 이를 일종의 ‘심리적 안전장치’나 과시용으로 여기기도 한다.

게다가 의외의 사실이 있다. 정식 기질 평가에서 ‘핏 불 타입’이 다른 견종들에 비해 꽤 높은 안정성을 보여준 사례들도 나온다는 것이다. 이 테스트에서는 개의 소심함, 공격성, 친근함 등을 확인하는데, 핏 불이 오히려 사람을 잘 따르고 침착하다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알려진 것만큼 위험하지 않다”며 피트불을 옹호하는 반려인도 적지 않다.

 

기르면 안 될까? 위험과 책임감을 모두 안아야 한다

 

핏 불은 자칫 잘못 다루면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측면과, 반려인에게는 한없이 충직하고 사랑스러운 측면을 동시에 갖춘 견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으로 치면 ‘두 얼굴을 가진 파이터’ 같은 이미지랄까.

이 개를 정말 키우고 싶다면, 그저 “멋있으니까, 세계 최강 견종이니까”라는 식의 가벼운 마음으로 들이는 건 피해야 한다. 사고 예방을 위해 제대로 된 사회화와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하고, 주인 자신도 상당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거기에 더해 주변 사람들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니, 결코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SNS에 올라온 ‘어린아이가 핏 불 머리를 페트병으로 때리는’ 영상을 떠올려보라. 핏 불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저런 일이 자신의 집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아이나 이웃이 몰래 접근해 장난을 치다 사고가 생긴다면? 그 결과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이처럼 피트불은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다. 결국 중요한 건, “좋은 면과 위험한 면을 모두 알고, 책임감 있게 기를 준비가 되어 있느냐”일 것이다. 이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이들이 한 번쯤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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