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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이 어려웠던 군용 1인용 헬리콥터, HZ-1 에어로사이클의 탄생과 실패

거대한 드론 위에 서서 조종하는 듯한 1인용 헬리콥터. 이것은 1950년대 미국에서 군사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그러나 결국 실전에 투입되지 못한 비행 장비였다. 그 이름은 HZ-1 에어로사이클. 당시 전쟁터에서는 이미 비행기와 헬리콥터가 있었지만, 미군은 개별 병사들이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공중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원하고 있었다.

“공중을 나는 세그웨이” 같은 단순한 구조의 기체를 목표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혁신적인 꿈은 현실적인 한계를 넘지 못했고, 결국 실전 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HZ-1 에어로사이클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왜 결국 사라진 기술이 되고 말았을까?

 

 

1인용 헬리콥터, HZ-1 에어로사이클

 

 

HZ-1 에어로사이클(다른 명칭: YHO-2 또는 DH-5)의 기본 개념을 처음 고안한 인물은 미국 항공 자문위원회(NACA, 현 NASA의 전신)에서 일했던 항공 기술자 찰스 H. 지머만(Charles H. Zimmerman) 이었다. 그는 1940년대 초, 개인이 손쉽게 비행할 수 있는 소형 항공기를 구상했다. 그 과정에서, 서서 조종하는 방식을 포함한 설계를 고안했고, 이것이 훗날 HZ-1 에어로사이클의 기반이 되었다.

이 아이디어에 군이 관심을 가지면서, 1950년대 들어 신생 군용 항공기 개발사인 De Lackner Helicopters와 항공 기술자 **루이스 C. 매카티 주니어(Louis C. McCarty Jr.)**가 참여하여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다.

당시 개발 목표는 단순했다. “20분 정도의 훈련만으로 조종할 수 있는 1인용 헬리콥터”, 조종 경험이 없는 병사도 쉽게 타고 조작할 수 있어야 했다.

당시는 헬리콥터가 이제 막 전쟁에서 활용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군은 헬리콥터가 부대 수송과 배치에 혁신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고, 이제는 각 개별 병사도 공중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자 했다.

 

서서 타고, 간단한 조작으로 조종 가능?

 

 

HZ-1 에어로사이클은 설계 자체가 기존의 헬리콥터와는 달랐다. 조종사가 좌석에 앉는 것이 아니라, 핸들이 달린 플랫폼 위에 서서 조종하는 방식이었다. 이 기체는 파일럿의 발 아래에서 회전하는 로터(프로펠러처럼 작동하는 날개) 덕분에 공중에 떠오를 수 있었다.

 

HZ-1 에어로사이클의 주요 스펙

 

  • 엔진: Mercury Marine사 제작, 40마력의 선외기 엔진
  • 로터(회전 날개): 직경 약 4.6m의 2중 반전 로터 시스템
  • 조종 방식:
    • 오토바이 핸들처럼 손목을 비틀어 조작하는 스로틀
    • 세그웨이처럼 체중을 이동하여 방향 전환
  • 착륙 장치:
    • 초기 모델: 에어백 같은 플로트(floats)
    • 후기 모델: 헬리콥터처럼 생긴 스키드(skids)

 

군은 이 기체가 간단한 조작으로 병사들이 빠르게 익힐 수 있는 전투 기체가 되길 원했다. 또한, 군사 작전에 활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성능도 요구되었다.

최고 속도: 시속 120km
비행 거리: 기본 24km, 보조 연료 탱크 사용 시 80km
최대 비행 고도: 1,524m
적재 가능 무게: 45~54kg 화물 또는 보조 연료 탱크(약 19L 용량)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실제 군사 작전에 사용할 수 있을지 검증하는 단계만 남았을 뿐이었다.

 

20분 훈련으로 조종할 수 없었다

 

1954년, HZ-1 에어로사이클의 첫 시험 비행이 진행되었다. 당시 군은 이 기체가 병사들의 기동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추가 시험에서 치명적인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났다.

조작 난이도가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20분 훈련으로는 결코 조종이 불가능했다.
숙련된 파일럿조차 조종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정했다.

개발사였던 De Lackner Helicopters는 “조작이 쉽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테스트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불안정한 설계, 조종 난이도 문제로 결국 폐기

 

HZ-1 에어로사이클은 혁신적인 설계였지만, 그만큼 조종이 너무 어려웠고, 안정성이 낮았다.

기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극도로 어려웠다.
체중을 이동하여 방향을 조종하는 방식이 실전에서는 너무 위험했다.
파일럿이 중심을 잘못 잡으면 즉시 추락할 위험이 있었다.

더욱이 로터(회전 날개)가 너무 낮은 위치에 있어
지면의 흙과 돌을 튀겨 위험을 초래했고,
2중 반전 로터가 서로 충돌하며 기체가 부서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결국, 여러 차례의 추락 및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안전성 문제로 중단되었다.

군이 원했던 “간편하고 안전한 개인용 헬리콥터”라는 목표를 끝내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HZ-1 에어로사이클, 공중 이동 혁명의 꿈은 좌절되다

 

결국, HZ-1 에어로사이클은 군사 기술 역사 속에서 ‘실패한 실험’으로 남게 되었다. 조종이 어려웠고, 안전하지 않았으며, 전투에서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고 70여 년이 지난 지금, 인간은 제트팩을 사용해 하늘을 나는 시대를 열었다.

HZ-1이 실전 배치는 되지 못했지만, 현대의 개인 비행 기술 발전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이 기체는 완전히 실패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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