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술은 오래 익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좋은 술은 숙성될수록 맛이 깊어지고 좋아지는 것처럼 좋은 결과나 가치 있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달콤함과 쓴맛을 다 경험한 마흔 무렵부터 오히려 삶의 깊은 풍요로움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런 생각을 안고 살아가는 내가 요즘 마음에 두고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추석이 다가오면 다가 올수록 계절은 서서히 가을을 향한다. 낮에는 여전히 한여름 같은 기운이 남아 있겠지만, 아침저녁으로 스치는 공기 속에는 분명히 서늘함이 묻어나고, 어느 순간 가을이 다가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변화를 느끼다 보면 괜스레 마음이 불안해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달력을 넘기면, 올해도 고작 4개월 남았다.
“아니,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해였던 것 같은데?”
시간이 갑자기 속도를 높여 달려가는 듯하다. 그 순간 머릿속엔 “이것도 해야지”, “지금처럼 괜찮을까” 하는 생각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나 역시 아직 손대지 못한 일들의 리스트로 머리가 가득하다.
“빨리 움직여야 해.”
“이대로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벌써 앞서가고 있는데.”
‘조급함’은 얼핏 에너지를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사람을 쉽게 다른 이와 비교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불안을 키운다. 결국 내 중심을 흔들고 방향 감각마저 흐리게 한다.
조급한 마음에 밀려 움직이다 보면, 분명 달려가고는 있지만 정작 원하지 않는 곳에 도착하는 경우가 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무작정 뛰는 것과 같다. 속도는 붙었지만, 나중에야 “이게 내가 원했던 길이 아니었는데”라고 깨닫는 상황.
멈춰 서는 용기가 결국은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원치 않는 곳에 발을 들이면, 다시 방향을 고치느라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건 오히려 멈출 줄 아는 용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초조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멈춘다는 건 곧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는 다르다. 내 마음과 조용히 마주 앉아, 앞으로 나아갈 길을 가늠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마음이 바쁘게 요동칠 땐 먼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쉰다. 오직 호흡의 소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는 지금, 정말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이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인가, 아니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인가?”
처음엔 선명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질문을 거듭 던지다 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 또렷하면서도 조용한 목소리가 차츰 올라온다.
조급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소음 너머에는 ‘진짜 목소리’가 있다. 이 목소리를 들으려면 성급히 움직이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안과 조급함이 가득한 순간에는 작은 속삭임이 금세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건져 올린 작은 목소리에서 비롯된 한 걸음은, 조급함에 떠밀려 낸 수많은 발걸음보다 훨씬 확실하게 원하는 미래로 이끌어준다. 설령 속도는 느려도 방향만 맞으면 결국 도착할 수 있다. 그 길은 되돌아가거나 헤매는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모든 걸 지금 완성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금은 마음의 토대를 다져놓는 시기다. 서두르지 않을 때 비로소 미래를 위한 여백과 가능성이 넓어진다.
언젠가 뒤돌아보며 “그때 멈춰 섰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다. 그 시간은 결코 헛된 게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의 준비’였음을 알게 된다.
조급하지 않을 용기, 그것은 미래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움직인다. 그러니 오늘도 내 속도를 믿고 걸어가면 된다. 굳이 다른 이의 속도에 발을 맞출 필요는 없다. 나만의 걸음으로, 나만의 길을 따라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좋은 인생은, 나중에 완성되는 법이니까.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갑작스러운 천둥 번개다. 문제는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 하나가 큰 사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