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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간단히 해” 남편 말 한마디가 불러온 부부 갈등의 진실

“오늘 저녁은 간단히 해도 돼.”

이 한마디가 집안 공기를 순식간에 팍 긴장시키는 때가 있다. 오늘은 악의 없이 뱉은 한 아빠의 실수담 이야기다.

 


오랜만에 일찍 귀가한 아빠의 들뜬 마음

그날은 영업처에서 바로 퇴근해, 모처럼 해 질 녘 전에 집에 도착한 날이었다.

“집에 가면 뭘 하며 보낼까?”

들뜬 마음이 먼저 앞섰다.

“아, 넷플릭스에 보고 싶던 드라마가 있었지. 좋아, 맥주랑 안주 사서 천천히 봐야겠다!”

세 살 아들이 있는 집이라 주말이라고 드라마를 늘어지게 볼 수가 없다. 평일 밤은 늦게까지 일하거나, 일찍 들어오면 재워야 하니 분주하다. 주말엔 활력 만땅 아들과 씨름하다 보면 ‘나만을 위한 시간’은 사치가 된다.

그래서 엄마와 아들이 돌아오기 전까지의 이 두 시간은 정말 오랜만에 혼자 누리는 귀한 시간이었다.

— 철컥.

“어? 오늘은 먼저 와 있었네?”

현관문이 열리며 놀란 아내의 목소리. 바스락바스락 장보따리를 내려놓는 소리. “얘, 손부터 제대로 씻어!” 아들을 타이르는 소리.

그 순간, 아빠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잘못한 건 없는데도 괜히 찔리는 마음. 재빨리 TV를 끄고, 안주랑 맥주를 치우고, 마치 “방금 막 들어왔어요” 하는 표정을 지어보는 자신을 발견했다.

거실로 들어온 아내는 일을 서둘러 마치고 어린이집에 들러 아들을 데려오고, 슈퍼에서 장까지 보고 온 사람의 얼굴이었다.

지친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보더니 “……밥 해야겠다” 한마디.

아빠는 부담이라도 덜어주고 싶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오늘 저녁은 간단히 해”

“……”

반응은 없었다.

오히려 남편을 흘긋거릴 뿐. 아들에게 가방 정리하라 지시하고, 곧장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 뒤로는 괜히 서로 예민해진 공기만 흘렀다.

“차라리 늦게 올 걸. 일하다가 늦는 게 더 낫겠다.”

남편은 이렇게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까지 틀어졌을까?

이유는 여럿이다.

“일찍 올 거면 톡이라도 하나 해주지. 그럼 데리러 가달라거나 장 좀 봐달라고 부탁했을 텐데.”
“너 혼자 한가롭게 쉬는 동안, 나는 얼마나 전력질주했는지 알아?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도 없었잖아.”
“간단한 저녁이 뭔데? 아무것도 안 한 사람이 왜 위에서 지시하듯 ‘대충 해’라고 말해?”

냉정하게 말하면, 남편에게 프라이빗한 시간은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반면 아내에게 ‘프라이빗’은 곧 ‘가족을 위한 시간’. 이 감각의 차이가 두 사람 사이에 큰 골을 만들었다.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할까?


물론, 미리 메시지 한 통 보냈다면 좋았을 것이다.

저녁 준비를 남편이 조금 해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 생각조차 못 했다.

“생각도 못 했으니 아웃”이라 할 수도 있지만, 남편은 이미 깨달았을 것이다.

“아, 나 혼자 좋은 시간 보낸 사이, 아내는 데리러 가고 장보고 바빴겠다.”

그렇다면 첫마디는 그 마음을 드러내는 게 맞다.

“미안, 일찍 온다고 말해둘 걸.”
“미안해, 어린이집 데리러 갈 수 있었는데 내가 눈치를 못 챘네.”

고맙다는 말도 중요하지만, 이 상황에선 우선 “미안해요”가 먼저다. 
그리고 곧바로 “나는 좀 쉬었으니, 저녁은 내가 할게” 혹은 “지금부터 내가 할 일 말해줘.” 이렇게 움직였다면, 분위기는 충분히 바뀌었을 거다.

 


가사 분담은 서로의 배려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 작은 타이밍 하나로도 엇갈릴 수 있다. 그때 상대 입장을 먼저 떠올려 말을 건네면, 불필요한 싸움과 싸늘한 공기를 피할 수 있다.
“싸울수록 정이 든다”는 말도 있지만, 애정은 안 싸워도 쌓인다. 다투지 않고도 친할 수 있다면, 그게 훨씬 좋지 않을까?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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