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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들과 버스를 탔을 때 들은 말… 그런데 기사님의 한마디에 모두가 숨을 멈췄다

※이 글은 실제 이야기를 참고해 재구성한 글이다.

나는 오늘도 열 살 난 아들과 함께, 평소처럼 통원 치료를 위해 버스를 탔다.
아들은 선천적인 질환을 안고 있어 휠체어를 타고 살아간다.
약물 부작용 탓에 체형도 바뀌다.

하지만, 아들의 지능은 또래와 다르지 않다.
자신의 언어로 느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이다.
그렇기에, 마음 없는 말들은 더욱 깊은 상처가 된다.

 

그날도 버스를 탔을 때, 운전사분이 배려해 주셔서 휠체어 공간을 비워 주셨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자리를 비켜 서야 했던 일부 승객들이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가벼운 수다인 척하면서도 독을 머금은 말들이었다.

“저렇게 뚱뚱해서 흉하게 생겼네.”
“세금 도둑 때문에 우리가 왜 서 있어야 해?”
“어차피 보조금으로 호강하면서 살겠지.”
“쓸모도 없는데, 왜 저런 걸 살려 두는 걸까?”

그건 명백히, 우리 아들을 향한 말이었다.

놀랍게도 그 말을 한 이들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는 엄마들이었다.

 

아들도 그 말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작고 불분명한 목소리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내리자…”

아들은 청각이 조금 약하고, 발음도 또렷하지 않다.
그래서 그 말 한마디도, 작은 목소리지만 아주 진심을 담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말에, 또 다른 반응이 돌아왔다.

“징그러워!”

이번엔 똑똑한 목소리로, 냉정하게 뱉어졌다.

더는 참을 수 없어, 나는 입을 열었다.

“혹시 저희 아이 때문에 불편을 드렸나요?”

그 질문에 돌아온 건 비웃음과 조롱이었다.

“뭐래~ㅋㅋ 완전 웃겨 ㅋㅋ”
“우리 애는 딸이니까, 저런 애가 관심이라도 보이면 곤란하잖아.”
“저런 애한테 강간당해도 아무 말 못 하지, 저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리고 마침내, 정류장에서 버스 기사님이 우리 쪽으로 말을 건넸다.

 

“저기요, 부인. 여기서 내려 주시겠어요?”

……네? 내가요?
아, 역시 그렇구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다.

‘그래, 됐어. 민원만 넣고, 다시는 이 노선 안 탄다.’

그렇게 생각하며, 말없이 아들의 휠체어를 내리려던 찰나

운전사분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요, 어머님 말고요. 뒤에 계신 분들. 당신들이 내려 주세요.”

순간, 공기가 얼어붙은 것 같았다.

나도, 아들도, 뒤쪽에 있던 엄마들도 모두 멍하니 얼어붙었다.

그때, 버스 뒤편에서 다른 승객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빨리 내려! 민폐잖아!”
“지 먹다 흘린 거나 치우고 가라니까!”
“어서 내리라고!”

 

그 엄마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버스에서 내렸다.
마지막에 그중 한 명이 분노를 퍼부었다.

“민원 넣을 거야! 두고 봐!”

그러자 운전사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맘대로 하세요. 요금은 안 내셔도 되니까, 어서 내려주세요.”

나는 이 모든 일에 말문이 막혔고, 기사님께 감사를 전했다.

그러자 기사님은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민폐를 몰아내는 게, 저희 일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그 말이 나를 구원했다.

세상에는 차가운 시선과, 마음 없는 말들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다.
보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도와주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나는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걸 느끼며,
아들의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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