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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임포스터 증후군 완벽주의 자존감 불안 극복하기

상사에게서 들은 칭찬이 떠올랐다고 가정해 봅자. “이번 프로젝트, 굉장히 잘해줬어. 네 덕분에 큰 도움이 됐어.” 분명히 기분이 좋아야 정상인데, 어쩐지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며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냥 운이 좋았던 거지, 내 실력은 아니야… 내가 과연 이 정도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이처럼, 다른 사람들이 높이 평가해 주어도 “내 능력은 가짜야”, “나란 사람은 결국 상대방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자격지심에 시달린 적이 있으신가? 혹은 주변에서 눈에 띄는 성취를 이루고도, 속으로는 “이건 우연이야. 언젠가는 내 부족함이 들통나겠지”라는 두려움이 커져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부정적 사고는 꽤 흔한 현상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임포스터 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임포스터(Imposter)”란 영어로 ‘가짜’나 ‘사기꾼’을 의미하는 말인데, 남들은 유능하다고 말해도 본인은 스스로를 사기꾼 취급하며 지레 주눅이 드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가짜야”라는 생각의 기원

 

 

1978년, 미국의 심리학자 폴린 R. 클랜스(Pauline R. Clance)와 수잔 A. 아이머스(Suzanne A. Imes)는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을 발견한다. 사회적으로 꽤 성공해 있고, 객관적으로도 높은 능력을 지닌 사람들 중 일부가 “나는 사실 똑똑하지 않다”, “과대평가를 받고 있을 뿐이다”, “칭찬을 받으면 왠지 사람들을 속이는 기분이 든다”라고 털어놓았던 것이다.

이들은 대기업에서 인정받는 직원이거나, 학계에서 촉망받는 연구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성과와 달리 이들의 속내는 불안과 죄책감으로 가득했다. “혹여 실력이 부족한 내 모습이 드러나면 어쩌지?”, “다음번에는 틀림없이 실패할 거야”와 같은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고개를 드는 탓이다.

결국 클랜스와 아이머스는 “이런 사람들은 왜 지나치게 자신을 깎아내릴까?”라는 궁금증에 사로잡혔고, 이어서 이러한 심리적 특성을 ‘임포스터 증후군’이라 명명했다. 정식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지만, 이후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상당히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실제로 ‘임포스터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70%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다.

 

이런 증상을 겪은 적?

 

 

그렇다면 임포스터 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어떤 공통점이 나타날까? 주요 특징을 몇 가지 짚어보겠다.

  1.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 결여
    칭찬을 받거나 성과를 내도 “그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야. 우연이었어” 하고 넘어가 버린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이들은 자신의 작은 결점조차 크게 확대해석하며 “이건 전부 내 무능 탓이야”라고 자책한다.
  2. 성과를 운이나 타인 덕분으로 돌리기
    진짜로 본인이 공을 세웠음에도 “주변에서 도와준 덕분”이라며 본인의 기여를 축소해버린다. 당연히 자기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3. 칭찬받을 때 죄책감이나 부담감
    주변에서 “정말 대단하다”라고 하면, 쑥스럽거나 민망한 정도로 끝나지 않고, 마치 죄책감을 느낀다. “이 칭찬은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내가 뭔가 속이는 건 아닐까?”라며 스스로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4. 실패나 비판을 두려워하여 도전 회피
    “언젠간 실력이 없다는 게 들통날 거야”라고 믿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나 기회를 괜히 멀리한다. “이번에 잘못하면 내 진짜 수준이 드러날지도 몰라”라는 공포심이 발목을 잡는다.
  5. 능력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함
    “내가 돋보였다가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쩌지?”, “내 능력을 질투당하면 괜히 따돌림당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앞서, 스스로를 더 숨기고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다.

어찌 보면, 스스로가 “나란 사람은 튀면 안 돼”라고 명령을 내리는 셈이다. 뻗어나가려는 기둥을 스스로 톱질해 버리는 것처럼, 계속해서 자기 능력을 억압한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임포스터 증후군이 생겨나는 배경

 

이쯤 되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왜 이런 심리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임포스터 증후군과 관련해 진행된 여러 연구들은, 다음과 같은 경험들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 어릴 적부터 능력 때문에 주변의 질투나 따돌림을 경험한 경우
    예를 들어,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해서 돋보였더니, 오히려 친구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너만 잘났냐’는 시기와 함께 왕따로 이어진 적이 있다면, “나는 눈에 띄면 안 된다”라는 심리가 무의식에 자리 잡을 수 있다.
  • 실패했을 때 받은 과도한 처벌이나 비난
    부모님이나 선생님, 혹은 또래 집단에서 “네가 그것밖에 못해?”라며 몰아세우고 놀림받은 경험이 반복되면, “나는 능력이 모자란 사람”이라는 관념이 뇌리에 각인된다. 그러면 훗날 성공을 거둬도 “이건 일시적이야, 언젠가 본색이 드러날 거야”라는 부정적 확신으로 이어지기 쉽다.
  • 주변과의 조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가정환경
    개인의 개성과 성장을 응원하기보다, “괜히 튀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라는 식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입받으면, 남들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출중한 성과를 내면 괜히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불안감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과거의 상처와 스트레스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자기평가를 낮추는 역설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기 긍정감이 깎여 나간다는 것

 

처음에는 이렇게 낮은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나대지 않아도 되니, 마음 편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긍정감(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끊임없이 “나는 부족하다”라는 신호를 스스로에게 보내고 있으니, 마음 한구석에는 늘 불안이 자리 잡게 된다.

실제로 임포스터 증후군이 심화된 사람들은 일상적인 불안 지수가 높아지고, 회사 업무에서 번아웃(탈진)에 빠지거나,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많다. 어찌 보면 대단한 성과를 내고도, 정작 본인은 계속 초조하고 기운이 빠진 상태인 셈이다.

 

임포스터 증후군을 다스리는 몇 가지 방법

 

 

이쯤에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임포스터 증후군을 없애는 ‘마법 같은’ 방법은 없을지라도, 스스로 관리하고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은 분명 존재한다.

1. 완벽주의를 내려놓기

임포스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흔히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다. “이건 100% 완벽해야 해”라는 마음 때문에, 90점을 받아도 “왜 10점이나 틀렸지?” 하며 자책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간 제한을 두거나 기준을 ‘충분히 괜찮다’ 선으로 낮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번 업무는 2시간까지만 집중하기”처럼 일부러 제한을 걸어두고, 그 안에서 나온 결과물을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인정해 주는 식이다.

2. 큰 목표를 잘게 나누기

커다란 프로젝트나 목표 앞에서 “나는 안 될 거야”라고 주저앉기 쉬운 분이라면, 당장 달성해야 할 단계를 작게 쪼개는 방법이 좋다. 예컨대 1개월짜리 과제가 있다면, 일주일 단위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 여부를 체크하는 식이다. 작은 성취를 쌓아나가면,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긍정적 피드백이 쌓이고, 스스로 능력을 인정하게 된다.

3. 주변에 솔직히 털어놓기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선배나 친구, 혹은 비슷한 고민을 해봤던 사람에게 이야기를 꺼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막상 얘기해 보면, “나도 사실 그런 고민을 해봤다”라는 뜻밖의 고백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면 “나만 이런 불안과 싸우고 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찾아오고, 마음의 짐이 훨씬 가벼워진다.

4. 내 성공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기

한 주가 끝날 때마다 “이번 주 내가 해낸 일”을 간단히 적어보는 습관도 임포스터 증후군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이다. 성공이라고 하기 민망한 사소한 일도 괜찮다. “오늘 상사에게 보고를 잘했다”, “프로젝트 일정 조율을 깔끔하게 마쳤다” 등등. 적어두고 나중에 모아서 읽어 보면, “나 엄청 노력하고 있었네?”라고 스스로를 칭찬할 계기가 생긴다.

 

마치며

 

사람들은 종종 “나만 이상한 걸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임포스터 증후군은 대단히 흔하다. 인생에서 한 번이라도 이런 심리 상태를 겪어본 경험자가 무려 70%에 달한다고 하니 말이다. 당신이 혹시 지금 “나는 가짜”라는 낙인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적어도 “이게 나만의 문제는 아니구나”라는 점을 기억해두셨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이들이 보내주는 긍정적인 시선보다, 스스로를 옭아매는 부정적인 확신에 더 쉽게 넘어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부정적 확신 역시 어디까지나 우리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신호일 뿐, 명백한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조금씩 나 자신을 믿어주는 연습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이 정도면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 주는 습관, 주변의 인정과 칭찬에 “고마워, 나도 애썼어”라고 솔직히 받아들이는 훈련이 쌓인다면, 어느 순간 “나, 의외로 꽤 괜찮은 사람이네?”라는 깨달음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자신을 ‘사기꾼’이 아닌, ‘이만하면 충분히 멋진 사람’이라고 여기는 날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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