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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너무 많이 마시면? 22리터 우유를 마신 남성의 이야기

그는 단순히 목이 말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단 이틀 동안 22리터의 우유를 마셨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의사들도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고, 땀은 비 오듯 흘렀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횟수는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거기에 배까지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그는 마침내 병원을 찾았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마스스타트 병원(Maasstad Hospital) 의료진은 그를 진료하면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채혈을 위해 바늘을 찌르는 순간, 주삿바늘을 타고 흐르는 피가 묘하게 탁했다.
붉은색이어야 할 혈액이 기름기 낀 우유처럼 뿌옇게 보였던 것이다.

의료진은 그 피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렸다.
보통이라면 혈장은 연한 노란빛을 띠어야 하지만,
그의 혈장은 마치 흰 우유를 따라 놓은 것처럼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왜 그렇게 많은 우유를 마셨을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하루에 22리터의 우유를 마시는 실수를 하지는 않는다.

54세의 네덜란드 남성, 그는 이유를 대지 않았다.
단지 목이 말랐을 뿐이라고 했다.
어쩌면 평소부터 우유를 좋아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혹은, 친구들과 내기를 했거나, 그날따라 무언가에 홀린 듯 우유를 들이켰을 수도 있다.

그가 직접 밝힌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냥 갈증을 해소하려고 했어요.”

그의 몸이 경고를 보내기 시작한 건 이틀이 지나고 나서였다.
숨이 차고, 땀이 나고, 몸이 무겁고, 끝없는 갈증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그런데 배가 이상할 정도로 팽창하면서, 그제야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의사들은 그의 혈액을 보며 경악했다.

 

‘우유 혈액’이 된 이유

 

우리 몸은 지방을 처리하기 위해 카이로미크론(Chylomicron)이라는 작은 입자를 활용한다.
이 입자는 혈액 속에서 지방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지방이 너무 많으면 이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

그가 마신 우유는 전지유였다.
전지유 100mL에는 약 3g의 지방이 포함되어 있다.

22리터라면?
660g의 지방이 단 이틀 만에 그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는 말이다.

의료진이 그의 혈액 속 중성지방 수치를 측정했다.
16,713 mg/dL.
이 수치가 어느 정도냐면, 정상 수치의 100배 이상이다.

보통 중성지방 수치가 1,000 mg/dL을 넘으면 급성 췌장염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그런데 그는 그 기준을 16배나 초과하고 있었다.

혈액 속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혈장은 점점 탁해지고,
결국 이 남성처럼 우유처럼 하얀 혈액이 흐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혈당 수치도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1,350 mg/dL.
정상 혈당 수치의 13배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만약 즉시 치료하지 않았다면,
그의 몸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의료진이 선택한 ‘우유 혈액’ 정화 방법

 

이 정도의 상태라면 일반적인 치료로는 답이 없다.
의료진은 즉시 수액과 인슐린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혈장 교환 요법(Plasma Exchange, PE)을 두 차례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혈액 속의 과도한 지방을 걸러내고,
중성지방 수치를 안전한 범위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의 혈액은 점차 원래의 붉은색을 되찾았고,
혈장은 더 이상 우유처럼 하얗지 않았다.

며칠 뒤, 그는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우유는 건강에 좋지만… 우유를 너무 많이 마시면..

 

우유는 건강식품이다.
하지만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우유에는 칼슘과 단백질뿐만 아니라, 지방과 당분도 포함되어 있다.
지방과 당분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섭취하면,
우리 몸의 대사 시스템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어떤 음식이든 ‘적당히’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몸은 언제든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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