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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인간을 먹어서는 안 되는가? 카니발리즘의 역사와 과학적 이유

“왜 인간은 인간을 먹어서는 안 되는가?”라는 주제를 생각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필자는 예전에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다소 억지스럽게 받아들였는데, 우리가 동족을 먹어서는 안 되는 데는 분명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인류사 속의 카니발리즘 증거

 

1557년에 그린 카니발리즘을 그린 그림

 

사람이 사람을 먹는 행위를 ‘카니발리즘(Cannibalism)’이라고 한다. 이 용어의 유래는 15세기 후반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콜럼버스는 1492년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후, 그 지역의 원주민을 ‘카리브(Caribs)족’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근처 부족에게서 “카리브족은 사람을 먹는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당시 서구 사회에서는 식인 행위가 금기시되었기 때문에, 이 소문은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고, 카리브족은 ‘식인종’으로 낙인찍혔다. 이후 ‘카리브(Carib)’라는 이름에서 파생되어 ‘카니발(Cannibal)’이라는 용어가 식인 행위를 지칭하는 말로 굳어졌다.

허나, 후대에 카리브족이 실제로 사람을 먹은 증거는 전혀 없었으며, 이는 사실과 다른 근거 없는 소문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실제로 식인 행위가 존재했던 사례가 확인된다.

 

가프 동굴에서 발견된 두개골(사람의 이빨 모양이 무수히 붙어 있음)

 

예를 들어, 약 1만 5천 년 전 영국 서남부 서머싯주에 위치한 가프 동굴에서 식인 행위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동굴에서 수집된 두개골에는 골수를 섭취하기 위해 뼈를 깨트린 흔적과 치아로 씹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다만 이는 일상적인 식량으로 사람을 먹었다기보다는, 장례 의식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의례적 행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극한 상황에서의 식인 사례

 

1150년대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증거가 발견되었다.

원주민 유적에서 발견된 인분 화석을 분석한 결과, 인체의 근육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이 검출되었습니다. 이는 해당 원주민들이 사람의 고기를 섭취했음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였다.

 

굶주림에 빠진 제임스 타운을 그린 그림

 

또한 17세기 초, 영국인들이 미국에 처음 건설한 식민지인 제임스타운에서도 식인 행위의 증거가 발견되었다. 2013년 발굴된 14세 소녀의 유골에서는 의도적으로 뼈가 부서지고 뇌가 적출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 시기, 식민지 개척자들은 극심한 기근에 시달리며 쥐, 뱀 등의 동물을 모두 섭취한 뒤, 마지막 수단으로 사람의 시신을 먹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에도 극한 상황에서 식인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1972년 발생한 우루과이 공군기 571편 추락 사고에서는, 72일간 안데스 산맥에 고립된 생존자들이 기아를 견디기 위해 사망한 동료의 시신을 섭취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상적으로 사람을 먹는 문화는 인류 역사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단순히 도덕적 문제만이 아니라, 과학적 이유가 있다.

 

사람이 사람을 먹어서는 안 되는 과학적 이유

 

1. 비효율적인 사냥 비용

생물학적으로 포식자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사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을 사냥 대상으로 삼는다면, 같은 신체 능력을 가진 상대와 싸워야 하는데, 이는 사냥의 성공 확률을 낮추고, 반대로 자신이 사망할 확률을 높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전략이다.

2. 낮은 영양가

2017년 영국 브라이튼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 남성 한 명(약 55kg)을 섭취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총 칼로리는 약 12만~14만 kcal로 추산되었다.

심장: 650kcal
간: 2570kcal
허벅지: 13,350kcal
상완: 7,450kcal
뇌와 척수: 2,700kcal

이 수치는 성인 25명이 하루를 간신히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열량이다. 반면, 같은 인원으로 매머드를 사냥하면 2개월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을 먹는 것은 생존을 위한 식량 확보로는 전혀 비효율적이다.

3. 질병 전염의 위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질병 전염의 위험이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이 존재할 수 있다. 특히 같은 종끼리는 병원체가 쉽게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가 파푸아뉴기니의 포레족(Foré)이다. 이들은 1950년대까지 사망자의 시신을 먹는 장례 의식을 유지했는데, 이후 집단적으로 ‘쿠루병(Kuru)’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쿠루병에 걸린 포레족

 

쿠루병은 사망자의 뇌 속에 존재하던 프리온 단백질(prion protein)이라는 병원성 물질에 의해 발생했다. 프리온 단백질은 정상 단백질을 변형시켜 뇌 조직을 파괴하는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근육이 마비되고, 온몸이 떨리며, 결국 폐렴으로 사망하게 된다.

특히 뇌를 섭취했던 여성들에게 더 많은 발병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후 포레족은 식인 의식을 중단했고, 쿠루병도 사라졌다. 사람을 먹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행위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금기 이상의 이유로, 생존에 불리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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