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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에게도 아내와 자녀가 있었을까?

“예수님께도 아내와 자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혹시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주장이 처음 나온 건 물론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가 전혀 생소하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다빈치 코드 같은 대중소설의 영향 덕분에,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의 결혼설은 꾸준히 재조명되어 왔으니까 말이다.

근데 이번에는 단순한 루머나 소설 설정이 아니라, 꽤 ‘학술적’ 근거(?)를 내세우는 책이 등장했다. 저널리스트 심카 야코보비치와 역사학자 배리 윌슨이 쓴 “잃어버린 복음(The Lost Gospel)”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대영박물관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던 고대 사본을 찾아내 번역했다고 주장했는데, 그 문서가 최소 1,600년 전, 어느 익명의 수도사가 남긴 것이라 한다. 그리고 그 속에 예수의 ‘잊힌 삶’이 담겨 있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요셉과 아스낫”이 곧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요셉과 아스낫” 이야기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들이 사실은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의 ‘위장된 역사’라는 말이 책에 실려 있다. 만약 이 해석이 맞다면, 요셉의 두 아들인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예수와 마리아의 자녀라는 결론이 된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꽤 파격적이다. “정말 이런 해석이 가능한 걸까?” 하고 호기심이 동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예수 결혼설 이야기는 ‘새롭다’고 하긴 어렵다. 가령, 2003년에 나온 소설 “다빈치 코드”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부부였고 그 후손들이 비밀리에 보호받아 왔다는 설정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물론 그건 픽션으로 분류되지만,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지금까지도 “혹시 진짜일지도?” 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이곤 한다.

그리고 2012년에는 하버드 신학대학의 초대 기독교 역사학자가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아내…’”라는 문구가 적힌 4세기 파피루스 문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그 문구 근처에 “마리아”라는 이름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선명한 증거가 어디 있냐며 한동안 떠들썩했지만, 얼마 안 가 해당 문서는 학자들의 검증을 거쳐 위조로 판명됐다. 대중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정통 학계의 반응, “증거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이런 여러 주장에 대해 정통 성서학계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다수 전문가는 “예수께 아내와 자녀가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본다. 특히 “잃어버린 복음”에서 제시한 “요셉=예수” 식의 도식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젓는 분위기다.

옥스퍼드 대학교 동양학연구소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조나단 라이트(Jonathon Wright)는 2014년에 쓴 글에서, “초기 기독교인들이 사용한 성경은 유대인의 그것과 동일했고, 구약의 유명 인물을 예수의 ‘예표(원형)’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요셉 같은 인기 인물에서 예수와 닮은 점을 찾으려 한 예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 정도는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셉과 아스낫” 이야기가 곧 예수의 실제 역사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라이트에 따르면 현재 남아 있는 90편 이상의 필사본 중 어느 것도 예수가 등장했다고 암시하지 않는다. 더구나 전승 중에는 이 이야기가 구약성서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고, 요셉이 예수처럼 기적을 행했다거나 복음을 전파했다는 묘사가 전혀 없다. 한마디로, “이건 예수 얘기다”라고 주장하기엔 그 근거가 터무니없이 빈약하다는 게 정설이다.

 

이거 혹시 검열된 거 아닐까?

 

“잃어버린 복음” 저자들이 또 한 가지 제기한 의혹은 검열설이다. 가장 오래된 시리아어 필사본에서 첫 장과 번역자의 편지 마지막 부분이 싹 사라졌는데, 누군가가 예수와 마리아의 결혼 이야기를 감추려고 의도적으로 날려버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언뜻 들으면 “오, 뭔가 어두운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라이트를 비롯해 다수의 학자들은 “아마 단순 마모나 분실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 필사본에서는 다른 부분도 유실된 흔적이 있고, 중세 시대에 동일한 이야기를 옮겨 적은 다른 시리아어 필사본에는 첫 장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 만약 검열이 목적이었다면, 이렇게 허술하게 놔두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게다가 그 후대 필사본에는 교부(敎父)들의 저술이 함께 실려 있는데, 정설상 그들은 예수가 결혼했다는 주장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을 터이다.

라이트는 이를 두고 “멋진 음모론일수록 검증이 어려운 주장을 도와준다”고 꼬집는다. 즉, 어느 한 페이지가 없어졌다 하면, “아, 여기서 예수와 마리아의 결혼 증거가 날아갔구나!”라고 상상하는 건 쉬워도, 실상 확실한 뒷받침이 없다 보니 과학적인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뜻이다.

 

쉬이 사그라들 일은 아닐 듯

 

그렇다면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의 결혼” 혹은 “예수에게 자녀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영영 가라앉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이야기는 대중적으로 늘 흥미롭고, 또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학계에서는 “결혼한 예수”를 뒷받침할 만한 물적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게 주류 입장이지만, 대중문화나 언론에선 언제든 ‘새로운 문서 발견’ 혹은 ‘비밀스런 전승’ 같은 소재로 다시 끼어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믿든 말든 개인 자유지만, 조심해야 할 건 “학술적으로 인정받은 사실”과 “재미있는 가설”은 다르다는 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성서학자는 후자를 흥밋거리 정도로 분류한다. 언젠가 정말로 결정적 자료가 튀어나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로선 그럴 만한 문헌이나 유물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결국 “예수 결혼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매력적 소재이자, 기독교 전통에 대한 새삼스러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다. 다만, 바탕이 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보니, 학계에서는 근거 부족한 추정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이 현실은 앞으로도 꽤 오래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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