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아시아계 외모를 가진 사람들에게 “아시아 어디서 왔어요?”라는 질문이 흔히 던져지는 말이다. 관광객이거나 잠시 머무는 사람이라면 이런 대화도 즐길 수 있겠지만, 아시아계 2세, 3세, 4세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대부분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질문일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아티스트 켄 타나카(본명: 데이비드 유리)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백인계 미국인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 경험을 재치 있게 표현한 “너는 어떤 아시아 사람이야?”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스텔라 체’가 연기하는 여성 캐릭터가 조깅을 하던 중, 백인 남성이 말을 걸어온다. 이 남성은 나쁜 의도는 없지만, 계속해서 스텔라에게 아시아 어디 출신인지 캐묻는다. 결국 스텔라의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 자신이 궁금했던(?) 답을 듣게 된 남성은 아시아에 대해 잘 아는 척하며, 대화를 김치와 테리야키로 전환한다.
이 쇼트 필름의 재미는 스텔라가 그 후에 취한 행동에 있다.
남성: 안녕하세요!
여성: 안녕하세요.
남성: 날씨 좋네요.
여성: 네, 드디어 좋네요.
남성 (여성의 영어 발음에 놀라며): 어디 출신이세요? 영어 정말 잘하시네요.
여성 (당황하며): 샌디에이고요.
남성 (다시 질문하듯): 아니… 어디서 왔냐고요?
여성: 오렌지 카운티에서 태어났어요.
남성: 아니, 그 전 얘기요.
여성 (수상쩍게): 제가 태어나기 전 얘기요?
남성: 아니, 당신 조상은 어디서 왔냐고요.
여성 (잠시 멈칫): …증조할머니가 서울 출신이세요.
남성 (만족하며): 한국인이구나! 역시! 일본인이나 한국인일 거라 생각했어요. 분명 한국인일 줄 알았죠.
여성 (비꼬며): 대단하시네요.
남성 (한국어처럼 들리는 말로 머리를 숙임).
남성: 집 근처에 맛있는 테리야키 바베큐 가게가 있어요. 아, 저도 김치 좋아해요.
여성: 그렇군요. 그럼, 당신은 어디 출신이세요?
남성: 샌프란시스코요.
여성 (남성을 흉내내며): 아니… 출신지가 어디냐고요?
남성: 아, 난 미국 사람이에요.
여성: 아, 원주민이시군요?
남성: 아니, 그냥 평범한 미국인이에요.
(잠시 침묵…)
남성: 아, 내 조부모님이 영국에서 오셨어요.
여성: 영국에서요…
그러자 여성이 갑자기 영국 영어와 춤을 흉내 내기 시작한다.
여성: “안녕하세요, 신사 여러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Top of the morning!”
“차 한잔 하실래요? 차는 어떠세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한 구절)
(아일랜드 춤을 흉내냄)
“Mind the gap” (런던 지하철에서 “틈 조심하세요”라는 안내문)
“잭 더 리퍼 조심해요!”
“Bloody hell!!” (영국식 감탄사)
“Pip pip, cheerio” (영국식 작별 인사)
여성 (평소 말투로 돌아와): 당신들 민족의 피시 앤 칩스 정말 맛있어요, 그렇죠?
남성 (여성의 이상한 행동에 놀라며): 좀 이상하네요.
여성: 제가 이상하다고요? 제가 한국인이라서 그런가요?
필자도 미국에 있을 때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게 아니고 잠시 체류한 것이기 때문에 설명할 수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2세, 3세들에게는 그들이 엄연한 미국인이다. 물론 아시아계 미국인만 이런 인종적 질문을 받는 것은 아니다. 라틴계, 인도계, 혼혈인들도 비슷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아시아계 미국인이 영어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해서, 한국에 온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의도치 않게 실례를 범할 때도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외국인의 외모를 가졌지만 일본어밖에 못 하는 일본인에 대한 선입견이나, 피부색에 대한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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