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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용서받았다고 느끼면 사람은 사과하려는 마음이 줄어든다.

신해성사는 기독교, 특히 가톨릭 문화권에서 개인의 죄책감과 내면의 갈등을 해소하는 통로다. 어두운 고해성사실 안에서 신부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조용히 털어놓음으로써, 신 앞에서 솔직해지는 성스러운 순간이며, 그 과정을 통해 죄책감에서 벗어나 다시 신과의 유대감을 느끼려는 내면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잘못을 저지른 상대가 있다면, 아무리 신에게 용서를 구했더라도 그 상대의 마음이 풀리는 건 아니다.

정작 기독교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던 듯하다.

이에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버밍엄 캠퍼스의 연구진은 “신한테 용서받았다고 믿으면 오히려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려는 마음이 줄어드는 건 아닐까?” 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심리학 학술지인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025년 2월에 발표되었다.

 

신에게 용서받았다면, 사과할 필요 없다?

 

실험은 먼저 435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에게 과거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화나게 했지만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은 사건을 떠올리게 한 뒤, “그 잘못에 대해 신이 얼마나 용서했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 다음 피해자에게 얼마나 사과하고 싶은지, 실제로 이메일을 쓴다면 어떻게 작성할지 조사했다. 물론 이 이메일은 진짜로 보내지는 않았다.

결과는 참가자들이 “신이 나를 용서했다”고 강하게 느낄수록 피해자에게 사과하려는 마음이 점점 줄어들었다. 신에게 용서받았다는 사실이 이미 마음속의 죄책감을 상당 부분 해소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미 신에게 용서받았는데, 굳이 상대에게까지 사과해야 하나?”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사과하려는 마음이 사라지는 이유와 예외적인 경우

 

이 첫 실험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팀은 추가로 531명을 대상으로 두 번째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과거의 잘못을 떠올리게 한 뒤, 한 그룹에게는 “신이 그 죄를 용서했다”고 상상하게 유도했고, 다른 그룹은 “용서받지 못했다”고 상상하도록 했다. 나머지 그룹은 아무 지시도 받지 않았다.

그 후 참가자들에게 스스로를 얼마나 용서했는지, 감사와 겸손의 정도는 어떤지 물었고, 피해자에게 보내는 사과 이메일도 다시 작성하게 했다. 이메일은 배경을 모르는 외부 평가자들이 읽고, 사과의 유무, 진정성, 후회 표현의 강도를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신에게 용서받았다”고 상상한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명백히 사과 의지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신의 용서가 죄책감을 완화시키며, 심리적으로는 이미 ‘사건을 정리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실제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거나 책임을 지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줄어든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신에게 용서받은 감각이 오히려 감사나 겸손함을 높여주었고, 그것이 사과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소수의 경우였다. 대부분은 신의 용서가 인간관계 안에서의 책임감, 즉 사과할 의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신만 바라보고 정작 피해자는 외면하는 사람들

 

 

연구 결과는 기독교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반응을 일으켰다. Reddit 같은 해외 포럼에는 “전 애인이 바람을 피우고도, 교회 가서 참회했다고 끝낸 적이 있다”는 경험담이 공유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종교는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위안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위안에 너무 의지하게 되면 “신에게는 사과했으니, 이제 끝났다”는 자기 합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문제는 기독교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누구에게나 해당할 수 있는 이야기다.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사과할 일이 있다면, 그 “미안해”는 신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직접 전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신은 이미 당신을 용서했을지 몰라도, 당신 곁의 누군가는 아직 그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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