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습관
밖으로 나들이를 갈 때마다 정신없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방 챙기랴, 옷 갈아입으랴, 불경기인데 나들이 출발 전에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밥먹으랴… 그런데 집 문을 나서기 직전에 꼭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아, 혹시나 길에서 급해지면 어쩌지?” 하고, 신경 쓰이고 불안해서 미리 소변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 말이다 .
그런데 이렇게 습관적으로 ‘미리’ 소변을 보는 게 정말 몸에 좋기만 한 걸까?
2015년에 재미있는 연구가 하나 있었다. 동물들이 소변을 볼 때 일어나는 유체역학(물 흐름)을 분석한 팀이,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 물리학 부문을 수상했다. 이들이 발견한 “배뇨의 법칙(Law of Urination)”에 따르면, 체중 3kg이 넘는 동물은 대체로 21초 안팎에 방광을 다 비운다고 한다.
비뇨기과 전문의 니콜 아이젠브라운(Nicole Eisenbrown) 박사는, 이 ‘21초 규칙’이 우리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여러 번 소변 볼 때마다 시간을 재봤는데, 21초보다 훨씬 짧거나 반대로 엄청 길다면, ‘너무 자주 화장실에 간다’거나 ‘너무 오래 참는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에 따르면, 하루 평균 소변 횟수는 4~8회, 밤에는 60세 미만은 최대 1번, 60세 이상은 최대 2번 정도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방광도 ‘신축성’이라는 게 있어서, 필요 이상으로 자주 비우면 용량이 줄어드는 식으로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필자처럼 “나가기 전에 꼭 한 번씩!” 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하루 4~8회라는 기준을 쉽게 넘길 가능성이 크다. “길에서 급하면 어떡해” 하는 마음,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이게 반복되면 ‘과활동성 방광(overactive bladder)’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한다.
과활동성 방광은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서 참기 어렵고, 꼭 지금 당장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상태다. 방광은 ‘조금만 차도 바로 비우는’ 습관이 들면 “아, 이 정도 차도 다 찼구나!” 하고 잘못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는 사실 방광이 절반도 안 찼는데도 요의를 느껴서 화장실 행이 잦아질 수 있다.
다만 한 번 이렇게 된다고 해서 영영 회복 못 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다시 의도적으로 조금 참아서, 방광이 “아, 이 정도는 괜찮구나” 하고 덜 민감해지도록 훈련할 수 있다고 한다.
소변이라는 게 참 귀찮기는 해도, 건강 관점에서 보면 없어선 안 될 ‘신호등’ 같은 존재다. 실제 소변을 검사해 보면 탈수나 임신, 특정 암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거기에다 소변을 보는 빈도와 길이도 우리 몸 상태를 암시해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괜히 자주 가는 것 같아”라거나 “매번 시간이 너무 길어” 같은 고민이 있으면, 주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하는 편이 좋다. 혹시 방광 훈련이 필요한지, 다른 건강 문제가 숨어 있는지는 전문가가 제일 잘 알 테니까 말이다.
소변은 분명 번거로운 일이지만, 어찌 보면 우리 몸에서 꽤 유용한 신호 역할을 한다. 문제는 ‘미리미리’가 습관이 되면서 오히려 방광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망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참는 것도 당연히 좋지 않다. 결국 적절한 중간 지점을 찾는 게 답이다.
“아직 안 급한데, 괜히 걱정돼서…” 하고 굳이 화장실을 찾는 일부터 조금씩 줄여보면 어떨까? 한 번쯤 시도해보면, 뜻밖에 “어, 생각보다 괜찮은데?” 하고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혹시라도 소변 습관이나 빈도, 혹은 건강 상태에 대해 조금이라도 걱정이 든다면, 꼭 전문가에게 물어보길 권한다.
우리 몸은 늘 이런저런 방식으로 “나 지금 상태가 어떻다”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그러니 귀찮아도, 가끔은 체크해보고 조절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적당할 때 가고, 정말로 마려울 때만 가는 습관, 이게 생각보다 더 편하고, 건강에도 좋은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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