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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프랑스 혁명이 보여준 무서운 허위정보의 확산

잘못된 정보는 한 번 많은 사람이 믿어버리면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음모론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쥐가 번식하듯 빠르게 퍼지고, 결국 사람들의 행동을 바꿔버린다.

때로는 폭력 행위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건 오늘날 SNS 시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기에도 ‘대공포’라고 불리는 소문이 마치 전염병처럼 프랑스 전역을 휩쓸었다.

 

프랑스를 휩쓴 ‘대공포’의 소문

프랑스 혁명 당시의 사건을 그린 역사화

 

1789년 7월 20일부터 8월 6일 사이, 프랑스 각지의 농민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시발점은 “귀족들이 민중을 굶겨 죽이려 식량을 빼앗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사실로 믿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프랑스 전역으로 삽시간에 퍼진 이 소문은 폭동과 반란을 불러왔고, 곳곳에서 봉기가 터져 나왔다.

당시 기록에는 농민들이 영주의 성이나 저택을 불태웠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폭력을 쓰지 않고 “봉건적 특권을 폐지한다”는 문서를 남기고 떠난 경우가 많았으며, 사망자 수도 20명 미만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련의 움직임은 국민의회를 자극했고, 결국 1789년 8월 4일에 봉건적 권리 폐지가 선언된다. ‘대공포’는 프랑스 혁명을 가속화시키며 민주주의 확산의 계기가 되었다.

 

소문은 어떻게 퍼졌나? 전염병 모델로 본 확산 경로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전신도, 신문망도 제대로 없던 시대에 어떻게 소문이 단 며칠 만에 전국으로 퍼질 수 있었을까?

밀라노 대학 물리학부의 스테파노 자펠리 교수는 이 현상을 공중보건 문제처럼 바라봤습니다. 그는 같은 대학 환경과학·정책학부 소속 카테리나 라 포르타 교수와 만나면서, 역사를 전염병학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들에게는 강력한 자료가 있었는데, 20세기 초 역사학자 조르주 르페브르가 ‘대공포’ 관련 방대한 기록을 모아둔 것이다.

날짜와 장소가 명확히 기재된 서한과 보고서들을 연구진이 지도 위에 표시해 보니, 소문은 도로망을 따라 하루 약 45km의 속도로 확산되었고, 발원지의 약 40%가 우체국 근처였음이 드러났다. 즉, 문자를 통한 교류가 결정적 역할을 한 거다.

여기에 지역별 문해율, 밀 가격, 토지 소유 구조 같은 사회경제 데이터를 겹쳐 보니, 봉기가 쉽게 일어나는 곳의 특징도 도출됐다. 인구가 많고 문해율이 높은 도시, 평균 소득은 보통이지만 밀 가격이 폭등한 지역, 그리고 토지 소유권이 영주의 증서로만 보장되던 마을에서 봉기가 빈번했던 것이다.

 

근거 없는 소문, 그러나 현실은 절박했다

‘대공포’의 확산은 전염병의 유행과도 닮아 있었다. 1789년 7월 30일에 정점에 달한 뒤,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귀족들이 실제로 민중을 굶겨 죽이려 한 것은 아니었지만, 농민들의 삶은 극도로 궁핍했고 불안은 현실 그 자체였다.

자펠리 교수는 “대공포는 단순한 감정적 폭주가 아니라, 사회의 불평등과 빈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고 설명한다. 극단적인 불평등과 부정의가 대규모 운동을 일으켰고, 그 결과 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잘못된 정보’의 파장

20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당시의 프랑스와 오늘의 우리 사회는 많은 점이 다르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 확산이 낳는 위험은 지금이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사람들을 전례 없이 강하게 연결하는 동시에, 정보 공간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자펠리 교수는 말합니다. “대공포는 소문이 정치적 변화를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다. 오늘날에는 정보도, 잘못된 정보도 훨씬 더 빨리 퍼져나간다.”

이번 연구는 잘못된 정보가 사회를 뒤흔들고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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