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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에게 몰래 기생충을 먹인 기생충 실험을 한 의사

기생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몸이 으스스해지고 어디선가 가려운 느낌이 든다. 우리는 기생충을 본능적으로 기피하지만, 만약 내 몸 속 어딘가에 누군가가 직접 기생충을 삼키게 하고, 감염된 몸을 해부당한다면,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에 기생충을 몰래 넣은 독일 의사, 그리고 스스로 기생충을 삼켜 죽음 직전까지 간 미국 과학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사형수에게 촌충을 먹인 의사의 기생충 실험

 

촌충

 

기생충 중에서도 길쭉하고 납작한 모습의 촌충은 한 번 몸속에 들어오면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장 속에서 둥지를 튼다. 35년 동안 같은 촌충이 사람의 몸에서 살아남은 사례가 있고, 어떤 개체는 길이가 39m에 달했다고도 한다. 하루에 수십만 개의 알을 낳으며, 감염된 사람은 알지도 못한 채 기생충을 먹여 살린다. 물론, 대부분의 촌충은 숙주를 빠르게 죽이지 않는다. 그건 기생충에게도 손해니까. 하지만 항상 예외도 있다.

1855년, 독일의 의사 프리드리히 쾨헨마이스터(Friedrich Küchenmeister)는 촌충이 어떻게 인간에게 감염되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당연한 말이지만 “제가 한번 삼켜볼게요” 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제안이 들어왔다.

“사형수를 실험에 이용하면 되지 않겠나?”

 

마지막 식사에 몰래 섞인 기생충

 

쾨헨마이스터는 이 제안을 덥석 물었다. 사형수에게 제공되는 소시지와 수프에 촌충 유충을 몰래 넣었다. 그것도 미지근한 상태로.

사형수는

“이봐, 수프가 너무 차갑잖아!”

라며 불평했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수프에 넣으면 기생충이 죽어버리니까.

몇 주 후, 사형이 집행되었고 쾨헨마이스터는 시신을 해부했다. 그리고 장 속에서 작은 촌충 수십 마리를 발견했다.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쾨헨마이스터는 다른 사형수들에게도 촌충 유충이 들어간 소시지를 먹였다.
4개월 후, 다시 해부했다.

결과는 동일했다.
장 속에서 성숙한 촌충이 다수 발견되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쾨헨마이스터는 결론을 내렸다.

“익히지 않은 고기를 먹으면 촌충에 감염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덜 익은 고기를 경계하지만, 19세기에는 그것조차 실험을 통해 증명해야 했다.
그 방법이 이토록 섬뜩했다는 것이 문제지만.

하지만 여기서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촌충을 ‘자발적으로’ 먹겠다는 사람들
촌충을 삼키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까?

놀랍게도, 그 답은 “있다” 였다.

당시 사람들은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들이 유독 마른 체형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런 논리를 펼쳤다.

“촌충이 장에서 음식을 대신 먹어버리면, 살이 빠질 수도 있겠는데?”

이 생각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 가난한 사람들은 대체로 마르다.
✅ 가난한 사람들은 기생충에 감염된 경우가 많다.
✅ 그러므로, 기생충에 감염되면 살이 빠질 것이다.

결국, 19세기 영국에서는 ‘촌충 다이어트 알약(Tapeworm Diet Pill)’이 등장했다.
‘숙주가 되면 날씬해진다’는 믿음 아래, 기꺼이 촌충을 삼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쾨헨마이스터는 더 이상 사형수를 이용하지 않아도 됐다.
자발적으로 실험에 참여할 사람들이 줄을 섰으니까.

하지만 더 위험한 선택을 한 사람도 있었다.

 

직접 기생충을 삼켜 죽을 뻔한 의사

 

클로드 바로우

 

독일의 쾨헨마이스터가 타인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면, 미국의 의사 클로드 바로우(Claude Barlow) 는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1944년, 그는 이집트에서 ‘주혈흡충(住血吸虫, Schistosoma)’ 감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혈흡충증은 현재도 2억 명 이상 감염된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 발열, 설사, 혈뇨, 복부 팽창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 심하면 간과 장기가 손상되며 사망 위험도 있다.

당시 미국은 주혈흡충이 군인들을 통해 자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었다.
바로우는 연구를 위해 주혈흡충을 미국의 민물 달팽이에 감염시킬 수 있는지 실험하려 했다.

그런데 미국으로 운송하는 도중, 대부분의 달팽이가 죽어버렸다.

그러자 그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다.

“달팽이를 운반할 수 없다면, 내가 직접 기생충을 운반하겠다.”

목숨을 건 실험
그는 3주 동안 4차례에 걸쳐 주혈흡충을 직접 삼켰다.

이후 몸에 이상이 나타났다.

✅ 극심한 발한, 어지러움, 식욕 저하.
✅ 미국 도착 후에는 혈뇨, 혈변, 고열(40℃).
✅ 하루에 1만 2천 개의 주혈흡충 알이 배출됨.

결국 그는 치료를 받았고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완전히 탈진하여 연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기생충, 인간에게 유익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기생충은 무조검 박멸해야 한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 기생충이 알레르기와 염증 반응을 완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게 특정 기생충을 감염시킨 결과, 증상이 완화되었다는 사례가 있다.

기생충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인지, 아니면 단순히 우리가 적응해 온 존재인지 필자가 의사가 아닌지라 잘 모르겠지만, 기생충은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가장 오래된 존재 중 하나라는 것. 그리고 그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얽혀있는지도 모른다.

VIA

id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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