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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은 유제품일까?

마트에 들러 우유를 사려다 문득 달걀 코너를 스쳤다. “왜 달걀이 유제품 옆에 놓여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머리를 스쳤다. 왠지 달걀도 우유나 치즈처럼 ‘흰색 혹은 노란색’이고, 농장에서 나오는 식품이라 그런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달걀 = 유제품’이라는 등식은 뭔가 미묘하게 어색하다. 그렇다면 대체 달걀은 왜 우유 버터 치즈와 비슷해 보이는 걸까?

 

달걀과 유제품이 한데 묶이는 까닭

 

마트 진열대를 살펴보면 달걀이 늘 우유나 버터, 치즈 등과 함께 냉장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광경을 흔히 보게 된다. 사실 두 식품은 생산 과정도 다르고, 영양소 측면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달걀을 ‘유제품’으로 혼동하곤 한다. 마치 “닭에서 나오는 것=유제품”이라고 잘못 짐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꽤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달걀과 우유는 둘 다 농장에서 생산되는 대표 식재료라는 공통점이 있다. 둘째, 둘 다 흰색(노른자 때문에 노란색 느낌도 난다)이라 모양새나 색감이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셋째, 늘 함께 냉장 보관되다 보니 둘이 한 세트처럼 여겨지기 쉽다.

 

유제품의 진짜 의미

 

하지만 사전적·과학적 의미로 보자면, ‘유제품’은 가축화된 동물, 주로 소(젖소)의 에서 비롯된 식품을 말한다. 치즈, 아이스크림, 요거트, 버터, 사워 크림 등을 다 묶어 “dairy”라고 부른다. 심지어 강화(포티파이드) 두유도, 우유와 비슷하게 칼슘과 비타민 등을 갖추면 미국 농무부(USDA)에서 ‘유제품 범주’에 포함하기도 한다. 반면, 크림치즈나 사워 크림, 버터처럼 지방은 높고 칼슘은 적은 제품은 같은 USDA 기준에서도 ‘유제품’에서 제외된다.

정리하자면, 젖(우유)에서 만들어졌는가?가 핵심 기준이다. 그런데 달걀은 어떨까? 달걀은 ‘젖’과 전혀 무관하다. 더구나 우리가 먹는 달걀은 닭(혹은 다른 조류)의 ‘수정되지 않은 알’이다.

 

달걀, “고기”도 “유제품”도 아니라고

 

그렇다면 달걀은 어느 쪽에 속할까? 미국 농무부의 분류를 보면 달걀은 ‘가금류(poultry) 제품’으로 다룬다. 그런데 우리 일상에서 “가금류”라고 하면 주로 닭고기·오리고기 등 **‘고기’**가 먼저 떠오른다. 달걀은 고기가 아니니,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고 보기도 애매하다.

그래서 미국계란위원회(Egg Nutrition Center)의 미키 루빈(Mickey Rubin) 이사는 한 인터뷰에서 “달걀은 유제품도, 그렇다고 가금류(고기)도 아니다. 달걀은 그저 달걀일 뿐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USDA 홈페이지에서도 달걀을 ‘가금류’라는 큰 틀 아래 묶되, “Poultry & Eggs”로 따로 병기할 정도로 뚜렷한 구분을 하고 있다. 달걀은 그저 닭, 오리 등의 조류가 낳는 알일 뿐, ‘젖’과는 무관하고, 그렇다고 ‘고기’라 부르기도 조금 어색한 존재인 셈이다.

 

그럼 왜 마트 유제품 코너에 달걀이 있지?

 

그렇다면 마트에서는 왜 달걀을 유제품 옆에 놓는 걸까? 그 이유는 철저히 실용적인 면에서 찾을 수 있다. USDA가 달걀 보관 온도를 섭씨 4도(화씨 40도) 이하로 유지하라고 권장할 정도로, 달걀은 꽤 민감하게 관리해야 하는 식품이다. 따라서 다른 냉장 식품(특히 유제품이 가득한 선반) 근처에 진열하면 매장 관리 차원에서 편리해진다.

또 과거에는 농장에서 우유와 달걀을 함께 납품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요즘도 가정에서 우유와 달걀은 ‘없으면 불편한’ 필수 식재료이므로, 마트에서도 두 제품이 나란히 놓이면 소비자가 찾기 쉬워진다. 이렇듯 ‘유제품 코너에 달걀’이라는 조합은 역사적·실용적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달걀은 “그저 달걀”로서의 독자적 지위

 

결국 달걀은 젖에서 비롯된 식품이 아니므로 유제품이 아니다. 다만, ‘가금류’로 분류하자니 고기가 아니라서 정확히 들어맞지도 않는다. 그래서 종종 “달걀은 달걀일 뿐”이라는 농담 섞인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달걀이 유제품 코너에 있는 걸 보고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냉장 코너에 놓여 있으니 당연히 유제품 아닐까?” “색깔도 비슷하고, 생김새도 어떨 땐 치즈처럼 보여.”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일종의 ‘헷갈림’일 뿐이다.

 

달걀을 둘러싼 일상 속 착각

 

삶에서 달걀은 빠질 수 없는 주재료다. 계란후라이, 계란찜, 베이킹, 각종 반죽, 심지어 라면에도 살짝 풀어 넣으면 맛이 확 살아난다. 게다가 우유·버터·치즈와 나란히 냉장실 한켠에 넣어두면 보관하기 편하긴 하다. 이처럼 달걀은 유제품들과 상시 함께하는 모습 때문에, 몇몇 사람에게는 “달걀도 유제품이겠지!”라는 막연한 이미지로 굳어져 온 듯하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달걀은 가축화된 조류가 낳은 ‘알’일 뿐, 우리말로 ‘젖’이라 부르는 우유와는 전혀 다른 경로를 거쳐 식탁에 오른다. 맛도 다르고, 영양소 구성도 다르고, 생산 방식도 다르다. 그저 보관 방식이 비슷하고, 냉장고 속 한 줄을 차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달걀을 유제품으로 부르는 건 분명 잘못된 분류다.

 

달걀은 달걀일 뿐

 

달걀은 젖이 아니라 조류의 알에서 나오는 식품이다. 유제품 코너에 함께 진열된다고 해서, 또 색깔이나 쓰임새가 유사하다고 해서 유제품이라고 오해해선 안 된다. 오히려 달걀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는 셈이다. 생물학적으로나 영양학적으로나, 달걀은 그저 “달걀일 뿐”이다.

다음에 마트에 들러 우유와 달걀을 고르다가 “이 둘이 정말 같은 분류에 속하나?” 하고 잠시 고개를 갸웃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때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 “아, 달걀은 유제품이 아니었지. 그래도 나란히 놓여 있어서 사기 편하긴 하네”라는 소소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트 진열대 어디에 놓이든, 달걀은 분명히 독립된 하나의 식품이다. 마치 “1달러 은행 강도 사건”처럼,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달걀의 진짜 정체’—이제부터는 헷갈리지 말자. 달걀은 달걀이고, 우유는 우유다. 그것이 바로 달걀의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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