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기술 및 과학

단편적 정보가 오히려 확신을 불러일으키는 인지 편향의 메커니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친구 커플의 말다툼에 대해서 한쪽의 의견만 듣고 “분명히 걔가 잘못했어”, “너는 틀리지 않았으니 상대방에게 사과하게 만들어야 해”라는 확신을 갖게 되는 상황이 그러하다. 그런데, 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인지 편향의 일종이며, 우리는 어떤 사안의 한 측면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하다”며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자신만만’

 

우리는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 의견 충돌을 자주 경험한다. 그것은 정치나 사회 문제와 같은 큰 주제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 친구 사이의 작은 이야기에서도 흔히 발생힌다. 그럴 때 상대방이 고집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면, 우리는 “왜 이 사람은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걸까?”라고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대방 역시 “왜 이 사람은 ‘내가 틀림없이 옳다’고 생각하는 걸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의견 충돌은 종종 심리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분노나 불안을 느끼게 하거나 상대방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왜 우리는 자신의 의견에 이렇게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일까?

 

연구팀은 이에 대해 “양측이 서로 다른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가설을 세웠다. 우리는 전체적인 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않은 채, 단편적인 정보만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인지 편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에 거주하는 1,261명(평균 나이 39세, 교육 수준 중앙값은 대학 3학년)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는 먼저 모든 참가자에게 “우리 학교의 물이 사라지고 있다(Our School Water is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가상의 기사를 읽게 했다. 이 기사는 학교 주변 지역의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어, 물이 풍부한 인근 학교와 합병할지 아니면 다른 해결책을 모색할지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후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그 학교가 물을 풍부하게 공급할 수 있는 인근 학교와 합병해야 한다”는 합병 찬성 입장의 기사를 읽게 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그 학교는 합병하지 말고 다른 해결책을 선택해야 한다”는 합병 반대 입장의 기사를 읽게 했다.

세 번째 그룹은 합병 찬성 입장과 반대 입장 모두의 기사를 읽었다.

그 후, 참가자들에게 학교를 합병해야 하는지,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룹, 한쪽의 의견만을 접한 참가자들은 세 번째 그룹보다 자신들이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믿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들은 각각 자신이 읽은 기사 내용에 따라 판단을 내렸다.

첫 번째 그룹은 “학교는 인근 학교와 합병해야 한다”고 답했고, 두 번째 그룹은 “합병에는 많은 단점이 있으므로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답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이들 그룹에 속한 대부분의 참가자는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세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데에 대해 더 고민했고, 찬성 입장과 반대 입장의 비율은 각각 55%와 45%로 거의 반반이었습니다.

 

더 많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고 믿고 자신감 넘치는 판단을 내린다.” 이 심리 현상을 연구팀은 “정보 충분성의 착각”이라고 부른다. 어떤 문제에 대해 절반의 정보만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우리의 뇌는 알고 있는 것이 적을수록,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심리학 용어로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로 불리며,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대평가하는 심리 현상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메타 인지 능력”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할 때, 자신의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이 맞는지 틀린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워지면서 자신의 의견을 과대평가하기 쉬워진다.

반대로, 더닝 크루거 효과에서는 지식이나 능력이 높아질수록 메타 인지 능력도 함께 높아져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배울 것이 많다”고 인식하게 된다. 인간은 아무것도 모를 때에는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세상을 더 많이 알게 될수록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연구의 주임인 앵거스 플레처 교수는 어떤 문제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 전에, 자신이 정말로 충분한 정보를 알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부족할 때일수록 ‘자신의 판단이 적절하고 옳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누군가와 의견이 다를 때, 첫 번째로 취해야 할 행동은 상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내가 모르는 정보는 없는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보가 충분하다’는 착각과 싸우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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