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5일, 미국 오리건주 벤드(Bend)시에서 독특하고도 기묘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시내 곳곳에 설치된 공공미술 조각품에 누군가가 커다란 눈알 모양의 스티커를 몰래 붙이고 다닌 것이었다. 사실 이런 장난은 겉보기에는 별것 아닌 듯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악의적인 행위인지 아니면 단순히 유머 감각에서 비롯된 해프닝인지에 대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벤드 시 당국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이 사건에 관해 언급했다. 마치 “범인”에게 전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그 내용은 간단했다. “우리는 벤드의 공공미술 조각품을 사랑한다. 그러니 우리가 모두 이 작품들을 소중히 여기며 지켜가자.” 이러한 당부 속엔 솔직한 속내가 깔려 있었다. 눈알 스티커 자체는 웃음을 자아낼 수 있으나, 그것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작품에 상처가 생길 수 있고, 결국 추가적인 비용과 복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특히 접착제의 흔적을 지우려면 특수 용제나 화학물질을 동원해야 할 수도 있어, 작품의 금속 재질을 손상시키지 않으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공공미술 조각품은 벤드 시를 상징하는 독특한 풍경 중 하나이다. 도시 곳곳의 원형 교차로 중앙섬마다 비영리단체 ‘Art in Public Places(AiPP)’가 기증한 다양한 조각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조각들은 때로는 동물 형상일 수도 있고, 추상적인 형태의 금속 덩어리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상징물을 담기도 한다. 그렇기에 주민들 다수는 이들 예술품이 ‘공공의 자산’임을 잘 알고 있으며, 존중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24년 여름 무렵, 누군가가 이런 조각들에 커다란 동그란 눈알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불과 몇 달 만에 최소 8점 이상의 공공미술 조각품에 눈알을 달고 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웃긴 점은, 이 눈알이 붙은 순간 평범했던 금속 덩어리나 추상 조형물, 심지어 동물 조각상까지도 만화적인 캐릭터로 변신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주민들이 “귀엽다”, “유쾌하다”며 미소를 짓게 되었다고 한다.
AiPP의 이사장 로미 모텐센(Romy Mortensen)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눈알은 쉽게 떨어지지만, 일부는 접착제가 금속 표면에 깊숙이 달라붙어 있어 단순한 손길로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깔끔하게 제거하려면 작품을 훼손하지 않는 특수 용제를 써야 하는데, 이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벤드 시민들의 반응이다. 시 당국이 우려를 표명하자, 오히려 “그냥 두면 안 되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예술 작품에 변형을 가하는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상에 작은 웃음을 선사하는 이 눈알 장식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주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눈알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 하루가 즐거워집니다.”, “이건 공공미술이잖아요? 시민들이 좋아한다면 그 의견을 반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작품이 날씨 변화를 다 이겨내는데, 접착제 조금 붙였다고 큰일 나겠습니까?”라며 시의 입장에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국의 발표와 주민들의 반응은 도시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냈다. 도시 예산을 이런 데 쓸 바에야, 홈리스 문제나 주차 난항 등 실질적인 민생 현안에 더 투자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작품이 진짜 손상된다면 문제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런 유머를 허용하는 것도 도시의 포용력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어떤 이는 “다음번 장난은 작품을 손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달라”며 건설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예술, 공공재, 유머, 그리고 시민들의 감정이 뒤섞여 만들어낸 작은 논란이다. 어떤 주민들에게는 도시 한구석에서 마주치는 ‘눈 달린 조각’이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짧은 이벤트로 느껴졌을 것이다. 또 다른 주민들에게는 공적 자산에 대한 불필요한 훼손이자, 추가 비용 소모를 야기하는 짜증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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