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대체품
혁신은 때로는 황당한 발상에서 시작된다.
이스라엘의 분자 농업 기업 ‘파이널리 푸즈(Finally Foods)’가 바로 그런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이 연구 중인 기술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소를 거치지 않고 우유를 생산하는 법이다.
우유를 짜내는 대신 감자에서 우유 단백질을 추출한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감자로 치즈를 만든다’는 말이 낯설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낙농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방식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 장담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대안이 필요하다.
파이널리 푸즈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우유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소가 필요할까?”
우유는 치즈, 버터, 요거트, 크림 등 수많은 음식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다.
고대인들도 이를 잘 알았고, 가축을 길들이면서 우유를 활용하는 법을 익혔다.
그렇다면 왜 지금 와서 우유를 대체하려는 걸까?
낙농업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를 차지한다.
숫자로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에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소를 거치지 않고 유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대안으로 파이널리 푸즈가 선택한 것이 바로 감자다.
우유 속에서 가장 중요한 단백질은 카제인(Casein)이다.
우유 단백질의 약 80%를 차지하는 이 성분은 소화가 잘되고,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무엇보다 치즈의 독특한 질감을 만든다.
피자에서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그 느낌, 바로 카제인 덕분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생산 비용이 높고,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더 간단한 방법은 없을까?
파이널리 푸즈는 감자를 이용해 카제인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감자를 재배하고, 거기서 카제인을 추출하면 낙농업 없이도 우유의 핵심 성분을 얻을 수 있다.
이 방식은 기존 방법보다 생산 비용이 낮고,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
감자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기존 유제품과 완전히 동일한 치즈와 요거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을 구현하는 데 꼭 감자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감자였을까?
감자는 다양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재배가 쉽고, 수확량이 많아 대량 생산에도 적합하다.
단백질을 추출하는 과정도 대두(콩)보다 간단하다.
하지만 감자를 선택한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파이널리 푸즈는 하나의 감자에서 우유 단백질의 모든 종류를 한꺼번에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유 속 카제인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기존 발효 방식으로는 이를 각각 따로 합성해야 한다.
그런데 감자 기반 카제인은 한 번에 네 가지를 모두 생성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아주 크다.
단백질 조성을 맞추기 위해 추가적인 공정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감자로 기존 우유와 완전히 동일한 품질의 유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파이널리 푸즈의 CEO 다프나 가바이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카제인과 다른 식물성 단백질을 섞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 없습니다.
우리가 개발하는 감자 카제인은 유전자 변형(GMO)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며,
DNA 없이 순수한 카제인 단백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종 제품은 유전자 조작 식품이 아닙니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더라도 ‘감자로 만든 우유’라는 개념을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받아들일까?
미국에서는 2035년까지 합성 발효 기술이 약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보고 있다.
이 기술이 식품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자 카제인의 강점은 뭘까?
낙농업보다 탄소 배출량이 낮고,
기존 방식보다 생산 비용이 저렴하며,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소에서 유래하지 않은 ‘합성 유제품’을 소비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기존 발효 방식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감자 재배 과정은 단점이 되지 않을까?
유전자 변형 작물(GMO)에 대한 규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현재, 파이널리 푸즈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먼저 공략할 계획이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보다는 기업들이 먼저 이 제품을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종 소비자들이 이를 얼마나 쉽게 받아들일지가 핵심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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